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하나 봤어요. 비자, 마스터카드, 삼성전자, 구글까지 무려 140개가 넘는 기업이 손을 잡고 새로운 코인을 만든다는 거예요. 이름은 오픈USD, 줄여서 OUSD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기존 강자였던 서클(Circle)이라는 회사 주가가 하루 만에 17% 넘게 빠졌다고 해요. 평소 코인 뉴스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한 번쯤 제목은 스쳐 지나가셨을 것 같아요.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큰 파장이 생긴 건지,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스테이블코인이 뭔지부터 짚고 갈게요
스테이블코인은 쉽게 말하면 카지노 칩이랑 비슷해요. 카지노에 들어가면 현금 대신 칩으로 바꿔서 게임을 하잖아요. 칩 1개가 항상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카지노가 보장해주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1개가 항상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코인이에요.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달러에 가치를 딱 고정시켜 놓은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코인 세계 안에서 돈을 옮기거나 결제할 때 이 스테이블코인을 많이 활용해요.
지금까지는 테더(USDT)와 서클이 만든 USDC, 이 두 회사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거의 양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결제업계 큰손들이 여기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거예요.
재밌는 건 이번 참여사 명단이에요. 코인 업계 회사들만 모인 게 아니라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같은 결제 인프라 회사,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 거기에 구글 같은 빅테크까지 한데 모였어요.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주로 코인 업계 회사들의 영역이었는데, 이번엔 실제 결제와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들이 처음부터 함께 판을 짰다는 점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OUSD는 뭐가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누가 이자 수익을 갖느냐'예요. 스테이블코인 회사는 사람들이 맡긴 달러를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서 이자를 벌어요. 지금까지는 이 이자 수익을 발행사가 거의 독차지했어요.
비유하자면 동네 계모임에서 총무 한 명이 곗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혼자 챙기는 셈이었죠. 그런데 OUSD는 이 이자 수익을 발행·유통·결제에 참여한 기업들이 함께 나눠 갖는 구조예요. 발행이나 상환할 때 수수료도 따로 받지 않고요.
계모임으로 다시 비유하면, 총무 혼자 이자를 챙기는 대신 계원들이 다 같이 나눠 갖기로 규칙을 바꾼 셈이랄까요. 이렇게 되면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 수익이라는 확실한 유인이 생기니까, 카드사나 거래소들이 앞다투어 참여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 오늘의 핵심
OUSD는 준비금 이자 수익을 참여 기업들과 나누는 구조라는 점에서, 발행사가 독차지하던 기존 스테이블코인과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른 모델이에요.

서클 주가는 왜 그렇게 빠졌을까요
OUSD 발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서클 주가는 하루 만에 17.55% 하락한 62.63달러로 마감했어요. 52주 최고가였던 262.97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놀랐을까 싶었는데, 참여 기업 명단을 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결제망을 쥔 회사들뿐 아니라, 서클과 오랫동안 손잡고 USDC 사업을 함께해온 코인베이스까지 이번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거든요.
자기 편이라고 믿었던 파트너가 경쟁자 쪽에도 발을 걸친 셈이니, 시장이 놀랄 만도 했던 거죠.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서클과의 기존 사업도 지키면서 동시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는 새 생태계에도 발을 걸쳐두는, 일종의 양다리 보험을 든 셈이라는 시각도 있어요.
삼성전자와 두나무도 참여했어요
흥미롭게도 이번 컨소시엄에는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 두나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국내 기업 13곳도 이름을 올렸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가 정리되는 중이라, 국내 기업들이 그 사이 달러 기반 글로벌 인프라에 먼저 발을 걸쳐두려는 전략으로 보여요. 삼성전자라면 해외 법인끼리 자금을 주고받거나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할 때, 은행이나 카드사라면 해외 송금이나 결제 서비스에 이걸 활용할 수 있겠죠. 제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판이 커지는 쪽에 발을 담가두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에요.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어요
다만 OUSD가 실제로 자리 잡으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요. 어느 법인이 발행을 맡을지, 준비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같은 세부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은 단순히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걸 금지하고 있어요. 만약 OUSD가 나눠준 수익을 유통사들이 다시 캐시백이나 리워드 형태로 최종 이용자에게 돌려준다면, 이게 '우회적인 이자 지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뒤이어 논의되고 있는 클래리티법에서 이 기준이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예요.
저처럼 코인 투자를 직접 하지 않는 분들도 이 소식은 눈여겨볼 만해요.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3,12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30년까지 4조 달러 규모로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거든요.
앞으로 해외 송금이나 온라인 결제를 할 때 지금의 신용카드 수수료 구조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로 조금씩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당장 내 지갑에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결제 인프라라는 게 원래 눈에 잘 띄지 않게 조용히 바뀌다가 어느 순간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번 소식을 살펴보면서 든 생각은,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이제는 단순히 코인을 많이 찍어내는 경쟁에서, 누가 더 넓은 결제망과 더 매력적인 수익 배분 구조를 갖추느냐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아직 OUSD가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이라 결과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하니 저도 그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려고 해요.